기라파톱사슴벌레(Prosopocoilus giraffa)는 딱정벌레목 사슴벌레과 톱사슴벌레속에 속하는 대형 사슴벌레로, 인도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필리핀·인도네시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합니다. ‘기라파(Giraffa)’라는 이름처럼 수컷의 큰턱이 매우 길게 발달하는 것이 특징이며, 전체 길이가 120mm 전후에 이르는 개체도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길게 성장하는 사슴벌레류로 유명합니다.
대형 수컷의 큰턱은 몸길이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길어지며, 안쪽에는 여러 개의 날카로운 내치가 발달합니다. 몸은 대체로 검은색에서 흑갈색을 띠지만 아종에 따라 딱지날개의 광택과 색조, 큰턱의 굵기와 휘어지는 정도, 내치의 크기 등에 차이가 나타납니다. 수컷은 긴 큰턱으로 상대를 들어 올리거나 밀어내며 먹이터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자연에서는 주로 열대·아열대의 산림에 살며 성충은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이나 익은 과실 등을 먹습니다. 유충은 부식된 고목과 목질부에서 성장합니다. 넓은 지역에 걸쳐 섬과 산맥으로 개체군이 격리되면서 지역마다 뚜렷한 형태 차이가 생겼고, 전통적인 분류에서는 다음과 같이 9아종으로 나누어 왔습니다.
- 원명아종 (P. g. giraffa) — 인도 북동부와 네팔·부탄에서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반도 등에 걸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라파톱사슴벌레의 기본형에 해당하며, 길게 뻗은 큰턱과 비교적 균형 잡힌 체형을 보입니다.
보로부두르아종 (P. g. borobudur) — 수마트라섬·자바섬·발리섬 등에 분포합니다. 케이스케아종보다는 전반적으로 작고 다부진 인상을 주며, 표본·사육계에서는 앞가슴 측면 돌기의 모양 등을 아종을 구별하는 특징으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다이스케아종 (P. g. daisukei) — 필리핀 네그로스섬과 시부얀섬에 분포합니다. 매우 대형으로 성장하는 아종으로, 특히 딱지날개의 강한 광택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사육 기록에서도 119mm급 개체가 보고될 정도로 케이스케아종과 함께 거대한 기라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케이스케아종 (P. g. keisukei) —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과 롬복섬 등을 중심으로 분포하며, 기라파톱사슴벌레 가운데 가장 거대하게 성장하는 아종으로 유명합니다. 수컷은 매우 길고 직선적으로 뻗은 큰턱을 지니며, 사육계에서는 120mm를 넘는 초대형 개체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키타아종 (P. g. makitai) — 필리핀 루손섬과 민도로섬에 분포합니다. 상당히 대형으로 성장하며 큰턱이 길고 가느다란 편이고, 다이스케아종과 닮았지만 큰턱 끝부분 내치의 발달 정도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닐기리아종 (P. g. nilgiriensis) — 인도 남부, 특히 서고츠산맥을 중심으로 분포합니다. 동남아시아 섬 지역의 기라파와 지리적으로 크게 떨어져 있으며, 길고 비교적 날렵한 큰턱을 가진 대형 개체가 나타납니다. 인도 카르나타카에서도 실제 개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니시카와아종 (P. g. nishikawai) — 술라웨시 북쪽의 상이헤(상기르) 제도에 분포합니다. 케이스케나 다이스케보다 작은 편이지만 큰턱이 비교적 굵고 힘찬 인상을 주며, 섬에 고립된 개체군이라는 점에서 형태적 독자성이 뚜렷합니다.
니시야마아종 (P. g. nishiyamai)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분포합니다. 대형 수컷에서도 케이스케아종만큼 극단적으로 길어지지는 않으며, 큰턱의 내치 형태와 전체적인 비율이 다른 아종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꼽힙니다.
티모르아종 (P. g. timorensis) — 티모르섬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아종입니다. 9아종 가운데 비교적 소형에 속하며, 다른 기라파보다 짧고 단단해 보이는 체형과 다소 적갈색을 띠는 딱지날개가 나타나는 개체가 알려져 있습니다. 사육계 기록에서도 대형 아종들보다는 최대 크기가 작은 편입니다.
분류상 한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위의 9아종 구분은 1991년 Mizunuma와 Nagai가 제시한 체계를 바탕으로 사슴벌레 도감과 사육계에서 지금도 널리 쓰입니다. 하지만 현재 Catalogue of Life를 반영하는 GBIF에서는 학명을 Prosopocoilus girafa로 표기하며, 케이스케·다이스케·보로부두르·마키타·니시야마·티모르 등의 일부 아종명을 원명아종의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남인도산 nilgirensis는 별도 아종으로 인정하고 있어, 자료에 따라 아종 수와 학명 표기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